Column

알렉사, 제프 베조스의 큰 그림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음험하다. 겉은 짐짓 부드럽지만 속은 완전 내숭 덩어리다. 그의 계획은 요란하게 딱! 오는 게 아니라 마치 물이 스며들듯 조용히 스며든다. 그렇다고 몰래 숨어서 안 오는 척하지도 않고 멀찌감치서 “나 곧 갈께” 말하긴 하는데, 도착하고 보면 온다고 했던 그 사람이 아닌 아예 딴 사람인 거다. 알렉사도 그러하다. 몇 년 전에 알렉사라 했던 그 알렉사가 아니다.

2014년 11월 아마존은 ‘알렉사(Alexa)’를 출시하며 ‘인공지능 비서’라 했다. 사람들은 “비서라니, 애플 시리 같은 건가?” 정도로 이해했다. 새 물건 내놓을 때 다들 그러하듯 요란하게 호들갑 떨지 않고, 소수 고객을 상대로 아주 조용히 출시했다.  아마존도 애플 비슷한 거 하나 보다, 시장 반응도 영 시시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물밑에서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알렉사의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었고, 그 촘촘히 엮은 망이 이제야 슬 정체를 드러낸다. 파트너십을 잡기 위한 미끼는 ‘사람 말귀 잘 알아먹는 똑똑한 H2M(Human-to-Machine) 인터페이스’였다. ‘개인비서’는 단지 홍보를 위해 듣기 편한 말로 대충 그리 부른 것이었을 뿐, 진짜 의미인 ‘똑똑한 인터페이스’는 그렇잖아도 애타게 그런 걸 찾던 회사들에게 아주 절실한 것이었다.

특히 자동차회사들. 자동차회사에게 인터페이스는 꼭 넘어야만 하지만 좀처럼 넘기 힘든 높은 벽 같은 난제였다. 전화기를 통해 조작하는 테더링 방식이든 자동차 자체를 독립적 디바이스로 여기는 임베디드 방식이든 뭐든 어쨌든 자동차에게 뭘 어떻게 해서든 명령을 해야 하는데, 그게 간단해 보이지만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핸들에다 조작장치를 붙여 보기도 하고 유리창에 스크린을 넣어 보기도 하고 손 동작을 인식하는 장치를 달아 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더랬다.

물론 음성 인식도 당연히 시도했다. 사람이 사람과 대화하듯 소통하는 게 가장 편하니까. 하지만 음성 인식 성공률 문제가 심각했다. “일단은 대충 알아듣기만 해도 되지 않나?” 아니다. 자동차 주행 중 명령 인식 오류는 아주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무조건 잘 알아먹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그때, 알렉사가 슥 다가와 “이거 쓰면 되는데, 나와 파트너십을 맺어 보지 않겠어?” 묻는다. “좋아요!”

아주 간절한 필요가 있을 때, 이리 해 보고 저리 해 봐도 안 될 때 짠! 하고 나타나 해법을 제공하는 파트너는 엄청 고맙다. 그렇게 맺는 회사:회사 강력한 B2B 협업뿐 아니라, 아마존은 알렉사의 일반 B2C 저변을 확장하는 일도 아주 노련하게 해냈다. ‘알렉사 스킬스(Alexa Skills Kit)’는 누구든 자기 서비스에 알렉사 기능을 간단히 추가할 수 있는 공개 API다. 이를 통해 누구나 알렉사의 인공지능 대화 기능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유도해 다양한 앱이 출시되었다. 알렉사를 통해 물건도 사고 피자도 주문하고 택시도 부른다. 그렇게 몇 년을 투자한 결과,

올해 개최된 ‘CES 2017’ 박람회는 완전히 알렉사 박람회가 되었다. 모두 다 알렉사로 돌아가는 것들인데 대부분이 아마존이 직접 만든 게 아닌 외부 업체들의 제품과 서비스였다. 현재 알렉사를 이용한 서비스는 8천 개가 넘고 지금도 놀라운 속도로 계속 늘고 있다. 이른바 ‘생태계’를 이루는 데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계획 전부는 아니다. 더 무서운 내숭은 따로 있다. 알렉스 생태계 속에 자기 회사의 서비스를 넣으려면 무조건 ‘아마존 웹 서비스(AWS: Amazon Web Services)’ 그리고 컴퓨팅 리소스를 관리하는 ‘람다(AWS Lambda)’를 이용해야만 한다. 자유를 주는 듯하지만 실은 자기 땅에서 벗어날 수 없게끔 가두는 생태계, 늘 보던 애플 생태계와 비슷한 전략이다. 당연하게도 그 폐쇄적 생태계는 이제야 슬그머니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알렉사 과금 시스템과도 연동되어 있다.

좋다. 훌륭하다. 뛰어나다. 이렇게나 멋진 걸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만들어 놨다. 그럼, 쓴다. 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좋으니까. 그런데 한참 지나고 나서 보면 어느새 그 틀 안에 갇혀 있는 것이다. 절체절명 결정적 순간에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보안마저도 그 틀 안에 있다. 일개 회사가 아니라 이건 무슨, 국가 같다,, 예전엔 못 보던 아주 지능적인 갑이다. ‘생태계’라는 왠지 아름답게 들리는 낭만적인 이름의, 친절한.

제프 베조스는 지구에 있는 모든 돈 50%를 나눠 가진 세계 8대 부자 중 하나다. 머리 쓰는 걸 보아하니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부자가 되겠지. 우리도 어서 이런 걸 만들어서 부자가 되자! 근데, 그런 꿈 막 꾸기엔, 이 그림은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