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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후라이팬’ 단상

안나 에디터의 ‘여의도 소비일기‘ 읽다가, 6년쯤 만에 가 본 닭집 ‘더 후라이팬’의 어떤 변화가 눈에 들어, 생각을 써 둔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 뭐 그런 흔한 변화다.

 

순살, 해치지 않아요

 
더 후라이팬의 자랑, 안심과 다리 순살 튀김은 여전하다. 지금도 홈페이지엔 “신선한 부분육만을 사용”한다고 쓰여 있지만 그새 ‘브라운치킨(뼈치킨)’ 메뉴가 추가되긴 했다.

순살 치킨에 대한 괜한 오해 흔한데, 난 좋아한다. 나쁜 고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나쁘지 않아. 순살 도시전설. 생닭을 통째로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단히 수상한 약품(이 정말 있다면 편할 듯)에 푹 담가 뼈만 녹여 쏙 뽑아낸 것도 아니고, 황소개구리 뒷다리도 아니고, 갈아만든닭 ‘너겟’도 아니다. 그냥 닭 잡아 뼈 발라내고 부위별로 나눠 파는 거다. 그만큼 사람 일값이 더 들긴 하지만 분류에 따른 부가가치가 그만큼 발생하니 비용 차이가 크진 않다. 나쁘긴 뭐가 나빠, 마리 수로 따져 사고 파는 닭고기 거래 관행에 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래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살만 쏙 빼서 팔고 나면 나머지는 어쩌나, 어쩌긴, 따로 필요한 곳에 판다. 예컨대, 닭뼈는 훌륭한 필수 국물 재료다. 어쩌다 보니 가루 또는 스톡 형태의 공산품을 당연한 국물 재료로 여기는 세상 됐다. 레시피 검색해도 원래 그랬다는 듯 “스탁 두 개를 넣고” 그런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요식업계 최전선 주방 국물은 모두 천연 재료로 만든다. 당연하지. 잊고 살다가 가끔 깨닫고 놀라곤 하는 당연함인데, 어쩌다 깨달을 때 묘하게 기분 좋다. 그러니까,

 

“마트에서 파나요?”

 
어디든 여행가면 그 나라의 전통요리 교실이 아주 유쾌한 경험인데, 태국 가서 그랬다. 아침 일찍 선생님 뒤 졸졸 따라 시장 가서 재료를 산다. 그린 커리 만들 거라면 샬롯, 고추, 마늘, 갈랑갈, 심황, 샬롯, 라임, 고기 등 재료를 사 와서 칼로 썰고 절구로 찧고 빻아 만든다. 아래,

태국 요리 교실. 저렇게 만들어 먹어 보니 너무 맛있어서 조잡한 영어로 “한국 가서도 먹고 싶은데 이거 마트 가면 파나요?” 질문하니 선생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건 시장에서만 파는 건데, 이건 마트에도 있긴 할 텐데,,” 우물쭈물한다. 그에게 이 음식은 당연히 시장서 날 재료 사다가 썰고 찧고 빻아 만드는 거라서, 그 최종결과 또는 중간과정을 따로 판다는 건 아예 생각도 못해 본 일인가 보다. 물론,

판다. 그래서 이것저것 막 사 왔다. 편하다. 세상의 모든 공장이 정말 고맙긴 하다만, 이것들이 애초엔 자연서 난 재료로 만들어진 것들이라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고 살아야지. 그때 태국 요리 선생님의 당황한 표정을 떠올리며. “할머니가 끓인 된장찌개가 제일 맛있어요. 마트 가면 파나요?” 그랬을 때 할머니 같은 표정이었다.

 

디저트의 적들

 
배신자 ‘브라운치킨(뼈치킨)’ 말고도 매운맛 ‘국물치킨’, 왜 아무 음식에나 막 넣는 건지 난 절대 이해 못하는 떡볶이를 넣은 ‘치떡’ 메뉴가 추가되었다. 이건 좀, 싫다,, 하지만 이건 손님들 요구에 굴복한 결과일 거다.

마침, 옆 테이블에서 종업원을 부르더니 “양념 같은 양념 없어요?” 묻는다. 종업원이 “여기 기본 오리지널 그리고 핫 칠리 소스가 있구요. 말씀하시면 핫 머스터드 소스도 드립니다.” 답하니 “아, 그런 거 말구요, 양념 같은 양념요.” 그래, 처갓집양념통닭 같은 양념 말이지. 없다고 답하니 엄청 섭섭하다는 표정 짓는다. 그 표정 반복해 보다 보면 결국 국물치킨도 팔고 치떡도 팔게 되는 거다.

난 그게 뭐든 이름에 ‘불’ 붙은 건 안 먹는다. 산수적으로만 따져도 계산이 안 나오는 거라. 고추 등 믿을 만한 재료로 그 정도 매움을 이루려면 재료비 계산이 안 되고, 캡사이신 등의 물질은 여전히 핫파스 재료로만 여기니 일단 피하고 본다. 그리고 애초에 매움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고 그에 따른 쾌감은 엔돌핀 작용일 뿐이라, 스트레스는 보다 건강한 방법으로 풀어야겠지.

전엔 매운 거 곧잘 먹고 심지어 잘 먹는다 자랑도 하고 그랬지만 요즘은 아예 입에 대지 않는데, 그 기준은 뭔가, 얼마만큼의 매움부터 안 먹는가. 내 기준은,

단순하다. 디저트의 탐미를 방해하는 건 안 먹는다. 디저트는 소중하니까.

 

400cc?

 
맥주 400cc는 도대체 왜 파는 걸까, 늘 궁금했는데, 아주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놀림’. 이거 아주 작정하고 놀리는 거다. 달리 어떤 이유도 떠올릴 수 없다. 다행히 이 집은 700cc도 판다.

 

슬픈 짐승, 닭

 
어쩌다가 ‘치킨’이라 부르는 닭튀김은 맥주와 더불어 ‘치맥’이라는 국민음식 된 걸까, 닭튀김이 그럴 만한 음식문화적 가치를 지닌 음식인가, 뭐 그런 당연한 의문은 일단 따지지 말고.

닭 먹으며 할 이야긴 아니다만 닭은 참, 슬프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수십 년을 사는 동물을 알에서 깬 지 30일 안팎에 다 잡아 먹는다. 그 땅에서 토종인 닭은 무려 40년을 살기도 한다. 엄마 돌아가신 게 언젠지도 까마득한데 아빠가 엄마가 키우던 닭 그대로 키우는 거 보고 엄마 생각나 울었다는 글 읽다가 나도 울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빨리 잡는다. 부위마다 값을 따로 매기지 않으니 살이 충분히 찰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거다. ‘통닭’이란 말도 있듯 한 마리 단위로 먹기 때문에 1.5kg 정도만 되면 바로 잡는다. 소나 돼지와 달리 부위별로 따로 무게로 거래되지 않고 마리로 거래되기 때문에 손해 볼 일도 없다. 아니 무조건 빨리 팔아 치우는 게 이득이다.

그 속전속결 와중에 GMO 사료 그리고 성장촉진제나 항생제 등 약물 성분 투여 또한 속전속결이라, 병아리는 팝콘 튀기듯 팡팡팡 잘 자란다. 원래 어린 닭을 뜻하는 ‘영계’란 말의 기준은 6개월이니, 닭도 아닌 억지로 덩치 튀긴 병아리를 먹는 거다. 그런데도 그냥 그런가 보다 으레 그러나 보다 한다. 농장이란 말 대신 공장이란 말 쓰면서도 별 거리낌이 없다.

이거, 좋지 않아.. 투덜대면서도 닭튀김 꼭꼭 씹어 먹는다. 참, 못됐다.

 

노란 알 줄까 하얀 알 줄까

 
먹거리 관련해 유통업이 과잉결정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든다. 이른바 ‘어른의 사정’이 지나치게 큰 결정을 하고 있는 거다. 대표적 사례는, 달걀.

노란 달걀과 하얀 달걀, 갈색란과 백색란에 대한 헛소리들이 있다. “토종닭이 낳은 게 갈색이다!” 그렇지 않고, “둘 다 맛이 똑같다!” 똑같지 않다. 백색란이 더 맛있다. 흰자와 노른자 비율만 보더라도 갈색란은 7:3이고 백색란은 6:4, 백색란이 노른자가 더 많은데 맛이 같을 리가. 특히 오믈렛처럼 달걀 전체 맛을 즐기는 음식에서 맛 차이는 확연하다. 미군이 왜 굳이 백색란을 그 먼데서 가져 와 먹겠어.

그런데도 갈색란이 대세..란 말도 민망한 건, 한국 시장서 백색란은 0.1% 미만이라 대세도 아닌 사실상 전부다. 그 까닭은, 이런저런 말 많지만 결국 유통 편의 때문이다. 안 깨지고 대충 팔아도 되니까. 갈색란의 껍데기 두께는 평균 0.6㎜인데 백색란은 0.4㎜, 즉, 잘 깨진다. 그리고 하얗다 보니 닭똥 닭털 닭피 등 이물질이 갈색란에 비해 훨씬 더 잘 보인다. 즉, 유통 중 하자품 발생률이 높고 세척과 진열 등 관리비용이 높아진다. 그리고 갈색란 낳는 닭이 백색란 낳는 닭에 비해 사료를 16%쯤 덜 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갈색란만 먹게 된 거다. 나 어릴 적 계란은 백퍼 백색란이었는데, 어른의 세상이 어른의 사정에 따르다 보니 그리 됐다. 일국의 음식문화를 결정하는 게 순전히 유통이라니, 옳다 그르다 이러자 저러자 따지기에 앞서, 아니 이거 좀 무섭지 않나,,